마타리
마타리
가을은 와서 아침저녁으로 소슬바람을 불어주고
들판의 곤충과 풀에 갈무리 신호를 보냅니다.
노을을 등지고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가
더 야무져서 스산한 걱정에 빠져 보기도 합니다.
산길 숲에는 이제 듬성듬성 가을꽃이 보이는데요.
본격적으로 들국화 무리가 피어나기 전 여름을 마무리하며
길섶을 밝혀주는 키다리 꽃 마타리는 멀리서도 눈에 확 뜨입니다.
마타릿과의 꽃은 주로 우산을 펼쳐 거꾸로 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.
키도 큰데다가 꽃송이 수십 개가 몽글몽글 모여 피어나기 때문에 눈에 잘 뜨입니다.
8월이 시작되면 같은 과(科)의 뚝갈과 함께 가장 많이 피어나서
무성한 꽃 숲을 이루는 이 마타리 꽃은
주로 야산 길섶이나 초원지 풀숲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.
어린 순은 먹을 수도 있으며 샛노란 빛깔의 꽃이 긴 줄기 끝에 가득 피어납니다.
약명으로는 뿌리에서 장(醬)썩는 냄새가 난다 하여 패장이라 하는데요.
실제로 뿌리를 캐서 냄새를 맡아보면 역한 냄새가 진동합니다.
쭉 빠진 키와 잘생긴 꽃의 뿌리에서 그런 냄새가 나니
꼭 멋진 여인에게서 지독한 발 냄새를 맡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듭니다.
그러나 약효는 좋아서 한방과 민간에서 안질·화상·청혈·부종·소염·대하증 등에
다른 약과 처방해 씁니다.
꽃가루가 많아서 벌 나비가 많이 날아들지만 그다지 향기롭지는 않은데요.
멋진 모습만으로도 제 역할은 다 했다는 듯 곧추서서 피어 있는 모습이
자못 오만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.
‘마타리’라는 이름의 어원은 ‘바다리’에서 왔다고도 합니다.
지게 위에 얹는 ‘바작’이라고도 하는 이 바다리 모습이
꼭 마타리꽃을 측면에서 본 것 같이 생겼습니다.
그래서 바다리꽃. 바다리꽃 하다가 마타리가 됐다는 설도 있고요.
마타리, 마타리 이렇게 입속으로 부르다 보면
2차 세계대전 당시 유명했던 미녀 스파이 ‘마타하리’가 연상돼 웃음이 나오는데요.
꽃 이름이 갖는 어감도 그렇지만
산기슭 수풀 속에서 큰 키로 서서
노랗게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잘 빠진 여인 같이 의연하고 아름답답니다.
그래서 누군가 꽃 이름을 지을 때 마타하리를 상상하며
마타리라고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
생각이 절로 드는데요.
꽃말이 ‘미인’인 걸 보면 이 상상이 더 근거를 갖게 되지요.
바다리 : 발채의 방언 (경남)
발채 : 지게에 얹어 짐을 신는데 쓰는 소쿠리 모양의 물건